- 단편집인 줄 모르고 샀다. 한 편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장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잘 읽힌다.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는 자극이 덜한 편이었지만 역시나 죽음, 섹스, 음악, 음식, 술, 있어보이는 말들이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다. 

-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한 단편도 재미있었고, '천일야화'를 따온 단편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에서 '여자 없는 남자들'에 대한 정의와 설명은 참 인상 깊었다.

  분명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후에 세계가 묘하게 틀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 그리고 한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 (...) 그 얼룩을 지우는 건 끔직하게 어려운 작업이다. 시간과 함께 색은 다소 바랠지 모르지만 얼룩은 아마 당신이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 어디까지나 얼룩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얼룩의 자격을 지녔고 때로는 얼룩으로서 공적인 발언권까지 지닐 것이다. 당신은 느리게 색이 바래가는 그 얼룩과 함께, 그 다의적인 윤곽과 함께 생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 설령 그후에 다른 새로운 여자와 맺어진다 해도, 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멋진 여자라고 해도 (아니, 멋진 여자일수록 더더욱), 당신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들을 잃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 왜냐하면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 여자 없는 남자들에게 세계란 광대하고 통절한 혼합이며, 그건 그대로 고스란히 달의 뒷면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 中,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책은 음악 정리하는 맛을 빼먹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단편집 중 '기노' 에서는 오래된 재즈 음악들이 잔뜩 소개되는데,

재즈바를 하다가 소설가가 된 그의 진가는 이런 곳에서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모음 Beethoven String Quartet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by Coleman Hawkins



Art Tatum Piano Solo 모음집



Georgia on My Mind by Billy Holiday



Moonglow by Erroll Garner






I Can't Get Started by Buddy DeFranco







멋진 신세계

저자
올더스 헉슬리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1998-10-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문명이 어디로 치닫고 있는가를 회화적으로 묘사하여 그것...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줄지도 모르는 최악의 디스토피아는 이 책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앞부분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멋진 신세계에 점점 익숙해져갈 때 즈음 등장하는 야만인 '존' 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특히 말미의 신세계 유럽지부 총장과 존의 대화는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로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데 지금의 시대와 결부지어져 한편으론 씁슬하기도 하다.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참 많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한 번쯤은 더 돌아보게 된다.


다음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어봐야겠다.




오랜만에 다른 작품까지 궁금해지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읽을 목록에 기록되어 있다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중고 서적으로 구입하여 읽었는데,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고

읽는 내내 막힘 없이 쭈욱 훑어 내려갔다.


모두가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가운데 내 모습은 어떠한지 돌아보기도 했고,

어쩐지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했다.


동생도 읽었으면 하고 명절에 내려간 김에 다 읽고 주고 왔다.


참 좋다 ,이 책.




모순

저자
양귀자 지음
출판사
살림 | 1998-07-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책소개 작가 양귀자씨가 새로 내놓은 장편소설 모순. 세상의 행복...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개척시대를 기반으로 역사를 쌓아온 미국인들이 좋아할만하다 싶었다.

짧고 간결한 문장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인상깊었고,

생각은 200자 이내면 전달할 수 있다고 결론 지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김민준도 말했다.

말이 길면 구린거라고.






에브리맨

저자
필립 로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10-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에는 결코 해본 적이 없는 말을 이 책을 위해 써야겠다. 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 남자의 장례식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게 써내려간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는 주인공의 삶은 결론적으로는 소중한 사람과의 기억과 그들을 잃어갔던 기억으로 가득 차있다.

사랑했던 사람이나 부모님, 실버 리조트에 같이 지내던 사람들이 건강을 잃어가거나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감정은 극으로 치닫는다.

책 전반에 걸쳐 건조한 문체라 더욱 더 이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죽음과 관련된 인상깊은 표현들이 많아 틈틈히 메모하며 읽었다.

특히 주인공의 아버지의 유대인 방식 장례식이 인상깊었다. 친지들이 흙을 한 줌 정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삽으로 구덩이를 메워 넣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를 두번째 죽음으로 묘사하며 내 입에 흙이 들어가는 것 같다는 표현을 했다.

주인공의 죽음을 향해 흘러가는 시간을 쫓아가다 보면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실감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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