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데 자그마치 반년이 넘게 걸렸다.

이공 계열에 반평생을 바쳐서인진 몰라도 이런 식의 글은 정말이지 너무나 영양가 없게 느껴진다.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긴 하겠지만 글쓴이의 주장이 흐려져버리는 연구사례들의 향연은 읽다 지치게 하기 마련.


심지어 베스트 셀러도 조작된 것이었다고 하니 뭐.


내용이 정 궁금한 사람은 결론 두 페이지만 읽으면 될 듯 하다.


몇몇 연구결과들이 흥미로워서 그나마 다 읽을 수 있었다.




요즘 드라마 미생이 그야말로 열풍이다.

직장인의 애환을 드러냄과 동시에 직장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아닌 판타지도 그려내고 있으며, 

기존 막장 드라마들, 뻔한 한국 드라마와는 다르게 자극적인 소재나 틈만 나면 연애질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어쩐지 눈물과 땀 맛이 나는 드라마는 케이블 드라마로는 내기 힘든 시청률을 연이어 갱신하는 중이다.

원작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로 제작될 때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대부분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드라마가 흥하는 기념으로 웹툰 미생이 아닌 단행본 미생을 보았다.

그러니 웹툰에 드라마 까지 합치면 세번째 정주행이다.

단행본 미생은 웹툰과는 다르게 조훈현과 녜웨이핑의 대국의 해설이 글로 상세하게 곁들여져 있는데,

이 대결의 한 수 한 수의 의미가 만화의 내용과 절묘하게 이어지는 부분이 일품이다.

임시완의 나레이션 없이 읽는 명대사들 역시 심금을 울린다.

'만화'가 '문학'을 만나면 이렇게까지 시너지를 낼 수 있구나 싶다.

하물며 인생이 담겨있다는 '바둑'까지 함께 했으니 말 다했지.

괜히 바둑까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미생 완간 세트

저자
윤태호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3-09-26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이 시대 최고의 만화 [미생]! 전 9권 완간 세트 출간!‘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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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 #공리 주연의 #인생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진 기억 나진 않지만 삶이 어디까지 지난할 수 있는지 보여준 덕에 한참을 먹먹해 했었다. 

이 영화는 중국 작가 #위화 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허삼관매혈기 역시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피를 팔아가며 억척스레 삶을 이어나가는 #허삼관 의 이야기를 눈물과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나는 2,3일만에 한권 읽어내는 일이 드문데 처음 책을 잡은 날 다음 내용이 궁금해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하정우 가 메가폰을 잡고 영화로 만든다고 하는데, 책의 느낌을 온전히 살릴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국, 그리고 그 시대배경에서만 나올 수 있는 느낌이 강하다. 


서른이 되어서야 책이 재미있다는 걸 깨닫다니 너무 아쉽다.




허삼관 매혈기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3-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는 익살과 해학아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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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의 무게감에 짓눌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노래를 듣는 것처럼 책 역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인데 우리네에겐 이상하리만치 익숙하지 않다.

책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만큼의 무게를 가지게 된 연유를 딱 하나 꼬집을 순 없다.

글은 식자들이나 보는 것이라 여기던 근대까지의 풍속 때문일 수도 있고,

수능 문제 풀이에만 급급한 입시 제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연계되어 전 세대에 이어 현세대까지 이어져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한 서론이 이리 길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책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유형의 책이기 때문이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이 수록되어있는 단편 모음집으로,

한편 한편이 마치 단막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소소하고 개성 있는 얘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특히 일상에서 겪을 수 있을 법한 일들이 묘하게 일상에 어긋난 사건들과 겹쳐져 있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김영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볼 것 같다.

새로운 작가를 알았을 때에는 신간 말고 역시 데뷔작부터.





 하루하루 자신과의 싸움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앉아 읽는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꽤나 큰 위안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다 겪어내고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지금 이런 식으로 버티어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고난과 역경에 쩔어 근근히 두 다리를 짚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슬 퍼런 눈을 대상을 향해 똑바로 뜨고 온몸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써두었다. 그러니 같이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냉철함으로 함께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개인사부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까지 다루며 때로는 절절 끓는 슬픔을, 때로는 가슴 깇은 곳으로 부터의 분노를 뱉어낸다. 

 

 얼척이 없어 제목만 읽고 넘어간 기사가 있다. 골자는 의외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허지웅의 책이 리스팅 되어 있다는 것. 이게 관심 끌기용 제목이 아니라면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걸 재고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에세이들은 도입부터 읽는 이의 흥미를 당기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답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들이 많은데, 방송으로만 허지웅을 접했던 나는 사뭇 그 엄청난 내용에 놀랐다. 평소 써두었던 글들을 갈무리 해둔 터라 어떤 표현과 내용들은 조금 겹치기도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읽었던 글들 역시 실려있는 것을 보며 정말 하루의 일정 시간은 무조건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런 점들이 눈에 들어오니 괜시리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엉덩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 꾸준히 자신을 글쓰는 허지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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