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께서 생일 선물을 하사해주셨다.

 

오래 남을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주인님의 말에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데,

내가 손에 제일 오래 쥐고 있고 가장 오래가는 것은 바로 만년필이라는 생각에 어떤 것이 좋을지 문방삼우 카페를 찾아보다가

사진 한 장에 꽂혀서 계속 알아보았다. 

 

바로 트위스비 만년필.

 

데몬 만년필 + 피스톤 필러 + 독일 촉

 

이 세가 지가  모두 충족된 만년필이라니.

 

더 마음에 들었던 건 AS에 대한 것인데, 대부분의 카페 회원분들께서 본사 AS 가 대박이라고 말씀하셨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는 접수하고 바로 처리해주는 그런 분위기.

 

무튼 이런 여러 가지 장점을 통틀어서 트위스비 만년필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두 가지로 추렸다.

 

트위스비 580 vs. 트위스비 미니

 

생각보다 580의 크기가 크다는 회원들의 얘기에 직접 가서 만져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가서 만져보고 살 수 있는 곳은 바로 회현지하상가의 보*

 

처음은 남대문으로 갔다가 잘못 알고 문 닫을까봐 서둘러서 회현으로 갔는데 다행히 아직 열려있었다.

 

인상 좋은 주인아저씨께 트위스비 볼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바로 책상에서 짚어서 써보라며 주시는데,

 

그것이 바로 트위스비 미니.

 

아 정말 한눈에 반했다.

 

시필해보시라며 건네주시는데 안에 들어있는 파란 잉크까지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주인아저씨께서도 좋은 만년필이라고 추천해주셨다.

 

다른 후보였던 580도 부탁드려서 봤는데, 실제로 쥐어보니 580은 작은 내 손에는 너무 컸다.

 

잠깐의 고민 끝에 트위스비 미니 클래식 F닙을 선택, 바로 업어왔다.


 

F닙 재고가 없었는데 주인아저씨께서 닙 파트만 교체해서 주셨다.

 

 

집에서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

 

 




개봉 봐악두!!







영롱하다. 
아아.





캡 부분.
얼핏 보이는 저 배럴 부분은 엄청 튼튼해 보인다.





요곤 내가 처음 보는 피스톤 필러부분.
그냥 컨버터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더 양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벌써 설렘.




닙은 F 닙.
주인아저씨께서 루페로 닙을 살펴봐 주신 후에 가져왔다.
'루페로 보면 좀 나아요. 하나 있으면 좋아요.' 하는 말에 살 뻔.




패키지의 구성품.
저기 오른쪽 위의 렌치는 피스톤 필러의 노브 쪽의 뻑뻑한 정도를 수정하는 데 사용하는 것 같고,
밑에 오일은 역시 안에 피스톤 풀어주는 (?) 용도라고 하신다.
친절한 설명에 또 한 번 감사.




저 묘한 트위스비의 로고.
검정색 캡과 아주 조화가 조화여..(응?)



잉크를 넣고 바로 시필.
아 좋다.
스틸닙의 경성과 부드러움이 아주 그냥 마음에 든다.
잉크 흐름도 좋다. 몽블랑 블랙을 넣었는데,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나옴.

이제 내 주력기가 될 트위스비 미니 클래식.

선물해준 주인님께 감사하고,
새 만년필에게도 오래 지내자 다짐해본다.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중에 박사 학위를 딸 때 자신에게 선물로 줘야지 하고 다짐했던 모델이 있다. 바로 ‘라미 2000’이다. 처음 만년필을 구매할 때 어떤 제품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첫눈에 반했던 이 만년필은 이천 원짜리 볼펜도 비싸다 생각했고, 만년필이 실제로 쓸 때 어떨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그 무렵의 나에게는 여러모로 과분한 것이었다. 그래서 저렇게 거창한 계기를 붙여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생일 선물로 받은 트위스비 만년필로 일기를 쓰다가 문득 이제 라미 2000은 사지 않아도 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만년필은 내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평생을 함께하다가 나중에 아이에게 물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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