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지름의 보고인 문방삼우 카페에서 가성비의 탑이라는 파이로트의 78G 라는 만년필에 대해 주워 듣게 된다. 

이 가격대에 금도금 촉을 느껴볼 수 있는 유일한 만년필이라는 이야기에 엄청 혹했는데,

어떤 회원분께서 엄청 자상하시게도 이베이 셀러를 링크 해두셨다...

들어가 보았더니 닙 크기도 마침 내가 찾던 M닙.

쉐퍼의 M 닙은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이거보단 조금 가늘었으면 했는데 

마침 파이로트의 M 닙이니 생각보다 쓸만할 것 같단 생각에 질렀다. 

해외 배송이라 조금 오래 걸리겠거니 했는데, 오늘 연구실에 정신줄 놓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택배가 뙇

 

 

 

 

 






이렇게 생긴 것만 봐도 나 외국물 좀 먹었어요 하는 아이가 눈 앞에 뙇










이렇게 뽁뽁이에 쌓여서 안전하게 배달 옴










구성품은 이렇다.

펜, 카트리지, 펜 안에 있는 컨버터, 만년필 설명서.

어디서 본게 있어서 나름 이렇게 정갈하게 놓고 사진을 찍었다.

정갈하다고 주인님께 칭찬받음.










아 이 금 도금 닙의 영롱함이란.

무려 22k 란다.

닙에 'Super Quality'라고 적혀있다. 얼마나 퀄리티에 자신이 있었으면 저렇게 새겼을까.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컨버터는 CON-20 이라고 한다. 

여태까지 썼던 스크류 달린 컨버터와는 달리 스포이드 처럼 쭙쭙 빨아들이는 방식이라는데 불편하다는 평이 종종 있더라.

근데 문방삼우 카페 회원님의 댓글을 읽어보니 들어가는 잉크 양은 많다고.

급한 마음에 나는 컨버터를 끼웠으니 이 아이는 다음에 사용해 보기로 한다.





 

 

 

 

 

일본 만년필 회사의 세필이 얼마나 세필인지는 이 시필샷을 보면 알 수 있다.

로디아 메모 패드라 더 가늘게 나온 것도 있긴 하지만, 

쉐퍼 M 닙과 파이로트 M닙의 굵기 차이는 이렇게나 어마어마하다.

 

캡은 스크류 방식이다. 처음 써보는데 뭔가 열었다 닫았다 하기 귀찮은 것이 한 번에 많은 양을 쓸 때 (일기라거나 일기 혹은 일기) 주로 쓰게되지 않을까 싶다.

필감은 부들부들한데 아주 조금 사각인다. 이건 써봐야 아는 건데 말로 표현하다 보니 포스팅 수가 늘어날수록 구차해지는 기분이여.

무게는 뭔가 싼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느낌만큼 가볍다.

하지만 만년필은 역시 닙이 80%라고 생각하므로 괜히 다들 가성비 최고라고 말하는게 아니구나 싶다.

 

가격은 $10가 채 안되고 홍콩에서 온 배송비도 국내 배송비랑 비슷하게 $2.5 정도 소요되서 13천원 정도 들었다.

국내에서 중고로 사는게 아니라면 오픈 마켓에 2만7천원에 파는 무뢰배들이 있는데

이베이에 가입하고 구매하기 까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므로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있으면 이베이에서 직구하는게 두 배는 싸다.

 

그럼 또 한동안 아낌없이 써볼까.



 

 

검정색 잉크의 사용량이 생각보다 많아서 새로 하나 살까 하다가 

책상 한 켠에 놓여있는 펠리칸 4001 블루블랙 병잉크를 다시 꺼내들었다.


사실 만년필로 필기하는 양 자체가 많지 않아서 ㅡ 전체적으로 손으로 글씨를 쓰는 양도 적은 편이다 ㅡ 병잉크가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데,

이 블루블랙 잉크도 다 못쓸 것 같아서 30ml 로 산 것이었다.


나는 지름신, 뽐뿌신이 온 뒤에 현자타임 비슷한 것이 뒤따르는 편인데, 

한동안 받았던 만년필과 잉크 지름신을 물리치고 나니 지금 있는 것들이나 잘 쓰자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만년필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 샀던 병잉크.

원래 쓰던 건 만년필을 막 쓰기 시작한 후배에게 줬었고, 이 건 그 이후에 블루블랙이 아쉬워서 새로 산 것.


비싼 잉크를 쓸 엄두는 아직 나지 않는다.

만년필 역시 그러하다.


그러니까 다시,

있는 것들이나 잘 쓰자.

충분히 쓰다가 '필요' 해지면 사자.


지름신 훠이.
















 

 

 

 

요즘 검정 잉크 사용량이 생각보다 늘어나면서 검정 잉크를 사려고 알아보다가,

그동안 궁금하고 또 궁금했던 몽블랑 검정 잉크를 샀다.

인터넷을 통해도 더 저렴하게 사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서 명동 나간 김에 카드 할인까지 더해서 구매.

 

집에 오자마 딥펜에다가 찍어서 시필.

사진도 막 찰칵찰칵.

카트리지에 있는 거 다 빼버리고 한번 써볼까 하다가 있는 거 아껴쓰다 또 다짐.

 

검정 잉크로는 대부분 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을 쓰는데 많이 써야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