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상)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0-04-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동양의 순문학 소설가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성장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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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0-04-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동양의 순문학 소설가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성장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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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삶, 행동, 사고방식이 어쩐지 매력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이야기 자체도 흡입력 있지만, 간결하게 적혀져 있는 짧막한 문장들의 연속이 아동틱하지 않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래도 몰아서 읽으면 왠지 다 비슷해_


-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언제나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린아이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 갈 수 있는 장소란 한정되어 있다. 다방에도 들어갈 수 없고 영화관에도 들어갈 수 없다. 결국 남은 장소는 도서관 밖에 없다. 입장료도 없고, 어린애가 혼자 들어가도 제지당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근처에 있는 구립도서관에 갔다. 휴일에도 대부분의 시간은 그곳에서 혼자 보냈다.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나 소설이나 전기 역사 등 거기 있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어린이용 책을 대충 읽고 나자, 일반인 서가로 옮겨가서 어른을 위한 책을 읽었다. 잘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도 어쨌든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파했다. 책을 읽는데 지치면 헤드폰이 있는 부스에 앉아서 음악을 들었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을 오른쪽부터 차례로 하나씩 들었다. 나는 그렇게 해서 듀크 엘링턴과 비틀스, 레드 제플린의 음악과 만났다.


- 나는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그 방에 나를 길들인다.


- 나는 자유다, 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내가 자유다, 라는 것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다. 그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외톨이라는 사실뿐이다. 혼자 모르는 고장에 와있다. 자석도 지도도 잃어버린 고독한 탐험가처럼. 자유란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 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 열람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서 다시 버턴판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러자 주위의 현실세계가 영화화면이 페이드아웃 되는 것처럼 조금씩 사러져간다. 나는 나 혼자가 되어 페이지 사이의 세계에 몰입해 간다. 나는 그 감각을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 아시다시피 벼룩은 골치아픈 존재라서, 한 번 옮으면 좀처럼 없어지지를 않거든요. 나쁜 습관하고 똑같다니까요.


- 내 인생의 선택사항에는 없다.


- 하지만 하나만은 말할 수 있지.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 적어도 어떤 종류의 인간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는 거야.


- 인간은 이 세상에서 따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라는 걸. 그런 거야. 내 인생에는 지루해할 여유는 있어도 싫증을 느낄 여유는 없어.


-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의 가운데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 음악은 물에 쓸려 흐르는 모래 속에 삼켜져 버리듯 그대로 사라지고 만다. 헤드폰을 벗어놓자 침묵이 들린다. 침묵이란 귀에 들리는 것이다. 나는 그 이치를 안다.


-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래오래 여기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나는 생각한다. 읽고 싶은 책은 서가에 얼마든지 꽂혀있고, 식료품 재고도 충분하다. 그러나 여기가 한 때의 통과지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가까운 시일 안에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곳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완벽하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내게는 아직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아직 너무 이르다. 아마도.


- 자연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평온함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위협적인 거야. 그 같은 배반성을 잘 받아들이려면, 그 나름의 준비와 경험이 필요해.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로 돌아가는 거야. 사회와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도시로 돌아가는 거야.


- 다무라군,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 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는 그저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거야.


- 사에키씨는 살짝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잠시 그녀의 입가에 여운을 남긴다. 그것은 움푹 파인 곳에 마르다 남아 있는 여름날 아침의 더위와, 먼지를 가라앉히려고 뜰에 뿌려놓은 물의 흔적을 연상케 한다.


- 순수한 현재라는건 미래를 먹어가는, 과거의 붙잡기 어려운 진행이다. 사실은, 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 by 앙리 베르그송


- “신이란게 어떻게 생겼고, 어떤 일을 하고 있지?” “나는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신은 신이라구요. 온갖 곳에 신이 있어서 우리가 하는 일을 보고 있다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신 다구요.” “그렇다면 축구 심판 아냐?”


- 아무도 없는 아침의 도서관에는 무언가 감동적인 것이 있다. 모든 말과 사상이 거기서 조용히 쉬고 있다.


-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힘으로 살아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강해져야 합니다. 무리에서 외따로 떨어진 까마귀나 같죠. 그래서 저는 카프카라는 이름을 저에게 붙였습니다. 카프카란 체코 말로 까마귀라는 뜻입니다.


-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것에 의해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화학작용 같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후에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거기에 있는 모든 눈금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간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의 세계가 한 단계 더 넓어졌다는 것을요. 


- 착각이라는 거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더 크게 부풀어 올라 더욱 확실한 형태를 갖게 마련이다.


-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정말로 무게를 갖는 것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이다, 하고 청년은 생각했다. 어떻게 죽느냐에 비한다면 어떻게 사느냐 같은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침묵이 너무 깊어서, 귈르 ㄹ기울이면 지구가 회전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 “말로 설명해도 올바로 전달되지 않는 건 아예 말하지 않는 게 제일 좋지.” “가령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럴까요?”하고 나는 반문한다. “그래. 설령 자기 자신에게도 말이야. 자기 자신에게도 아마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ㅜ이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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