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불만이 많은 것을 보고 언제 한 번 읽어야지 싶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겟.


처음에 몇 장을 읽고, 그리고 영화에서 떠올랐던 이미지들 덕분에 그냥 한국판 '롤리타'인 줄로만 알았다.


은교를 묘사하는 글들이 너무 예뻐 필사나 할까 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설 '은교' 라는 작품은 단순히 두 남자의 한 미성년자에 대한 사랑이 주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출퇴근 길에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이적요와 서지우에게 은교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인물들마다 (Q변호사, 이적요, 서지우) 다른 필체로 써내려가는지.


시적 감수성과 감정이 충만한 이적요의 노트, 불안과 무뚝뚝함이 넘쳐나는 서지우의 노트, 객관적 입장에서 난감해하는 Q변호사의 일화.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은교 역시 다 다름이 아주 놀라웠다.


어쩌면 이적요와 서지우의 사랑 (당연히 이성간에 느끼는 국소적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광의의 사랑) 사이에


은교가 불씨를 당겼던게다.


영화 은교의 캐스팅 부터 끝내 절제되지 못한 자극적인 장면 연출들 때문에 원작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많이 묻혔구나 싶다.


-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연장을 두 번이나 했음에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사진을 묘사한 글인데, 그 묘사가 치밀한 건 알겠으나 정작 사진이 없어 집중하기 어려웠다. 많은 수사들이 지식을 필요로 해서 아는 것이 없는 나느 ㄴ그 묘사들을 온전히 다 이해하기 힘든 점도 있었다.


- 이 책에서는 치밀한 묘사를 위한 글의 호흡 정도 건져갈 수 있겠다 싶었다.


- 책에 적응이 조금 되고 난 후반부에서는 글들이 참 따뜻하다 느꼈다. 인상 깊었던 편들은 전구 그림을 그린 화가 이야기, 식당 테이블, 오랜 친구인 명성에 관심없는 화가의 이야기 정도가 있었다.







읽는데 자그마치 반년이 넘게 걸렸다.

이공 계열에 반평생을 바쳐서인진 몰라도 이런 식의 글은 정말이지 너무나 영양가 없게 느껴진다.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긴 하겠지만 글쓴이의 주장이 흐려져버리는 연구사례들의 향연은 읽다 지치게 하기 마련.


심지어 베스트 셀러도 조작된 것이었다고 하니 뭐.


내용이 정 궁금한 사람은 결론 두 페이지만 읽으면 될 듯 하다.


몇몇 연구결과들이 흥미로워서 그나마 다 읽을 수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 #공리 주연의 #인생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진 기억 나진 않지만 삶이 어디까지 지난할 수 있는지 보여준 덕에 한참을 먹먹해 했었다. 

이 영화는 중국 작가 #위화 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허삼관매혈기 역시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피를 팔아가며 억척스레 삶을 이어나가는 #허삼관 의 이야기를 눈물과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나는 2,3일만에 한권 읽어내는 일이 드문데 처음 책을 잡은 날 다음 내용이 궁금해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하정우 가 메가폰을 잡고 영화로 만든다고 하는데, 책의 느낌을 온전히 살릴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국, 그리고 그 시대배경에서만 나올 수 있는 느낌이 강하다. 


서른이 되어서야 책이 재미있다는 걸 깨닫다니 너무 아쉽다.




허삼관 매혈기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3-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는 익살과 해학아내를 위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의 무게감에 짓눌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노래를 듣는 것처럼 책 역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인데 우리네에겐 이상하리만치 익숙하지 않다.

책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만큼의 무게를 가지게 된 연유를 딱 하나 꼬집을 순 없다.

글은 식자들이나 보는 것이라 여기던 근대까지의 풍속 때문일 수도 있고,

수능 문제 풀이에만 급급한 입시 제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연계되어 전 세대에 이어 현세대까지 이어져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한 서론이 이리 길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책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유형의 책이기 때문이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이 수록되어있는 단편 모음집으로,

한편 한편이 마치 단막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소소하고 개성 있는 얘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특히 일상에서 겪을 수 있을 법한 일들이 묘하게 일상에 어긋난 사건들과 겹쳐져 있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김영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볼 것 같다.

새로운 작가를 알았을 때에는 신간 말고 역시 데뷔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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