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부터 이를 가는 버릇이 생겼다. 매일 밤 가는 것은 아니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피곤한 날 이따금씩 그러는 모양이다.

얼마 전 이가 썩어 치과에 들렀다. 썩은 부위가 넓어 결국 신경치료까지 진행하고 크라운 치료를 받았는데, 새로운 이를 해넣은 첫날 밤 잠이 들었다가 돌을 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을 번쩍 떴다. 원인은 새로운 이의 안쪽이 다른 이 보다 살짝 높아 이를 갈 때 아랫니에 걸려 이물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손으로는 거의 차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혀로는 엄청난 단차를 느꼈다. 이를 점검하러 치과에 들렀을 때 의사 선생님께 이런 상황을 모두 이야기 해드렸더니 이 높이를 조정해 주시고는 의외의 팁을 하나 알려주셨다.

잘 때 이를 가는 이유는  바로 일과 시간 동안 턱 근육이 계속 긴장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은 자기 전 턱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손가락 두 세 개를 이용하여 턱 근육쪽을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거나 타월을 따뜻하게 적셔서 가볍게 찜질을 해주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셨다. 세상에 도대체 낮 동안 얼마맡큼의 스트레스를 받기에 근육이 그렇게까지 경직될 수 있단 말인가. 이를 가는 소리에 잠이 깰 정도로 갈아댔던 날도 기억이 난다. 요며칠의 스트레스 원인은 학기 평가를 앞둔 채 맞이하는 연구실 세미나 준비였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전달 역시 중요한 세미나는 한 학기에 한 번 정도로 순서가 돌아오니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조금 많이 예민해졌었던 모양이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정말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아닐까. 퇴근을 적당히 일찍 한 후,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은 단순히 일의 능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너무 고차원 적이다. 휴식은 삶의 질이 아니라 삶 그자체를 위한 것이다. 명심할 점은 최선을 다 했을 때에만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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