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음악 관련 포스팅이 아이유 신보라니 기쁘기 그지없다.

사실 그동안 기억에 남는 음악들이 많았지만 이래저래 듣기만 바쁘다보니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추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야지.

 
처음 아이유 2집 관련 트랙 리스트가 공개되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엄청난 사람들이 정말 한 앨범에 참여했다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는 와중에 든 생각은,
이제 아이유가 정말 인기있는, 영향력 있는 가수가 되었다 라는 생각.

경마장에서 행사뛰던 아이는 이제 안녕이다. 이렇게 전략적이고 대대적인 홍보를 할 수 있다니.

오늘 0시에 풀린 신보들을 하나씩 들어보며 한 바퀴째 들은 느낌은 이렇다.

 

Track 1 비밀 (정석원 작곡/김이나 작사)
 
욕심을 너무 낸 느낌이다. 웅장하고 풍성한 소릴 들려주고 싶었던건 알겠으나,
곡 엔딩은 그냥 AR이랑 라이브랑 겹친 느낌밖에 안난다.
첫째 트랙을 동화처럼 열긴 했으나 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


Track 2 잠자는 숲속의 왕자 (Feat. 윤상) (윤상 작곡/박창학 작사)

역시 윤상이다. 아니, 아이유 아빠(음악적으로?)의 노래 답다.
자신의 색과 아이유의 색을 정말 잘 어우러지게 만든 곡이다. 
가만히 노래를 들어보면 윤상의 꼼꼼함과 아이유의 세심한 목소리 변화를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Track 3 별을 찾는 아이 (Feat. 김광진) (김광진 작곡/허승경 작사)

김광진 특유의 동화적인 느낌이 잘 살아난 곡이다.
역시 아이유 목소리와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져 살아난 이 곡은 featuring까지 참여한
만수 김광진 선생님의 애정이 잔뜩 묻어나있다.


Track 4 너랑 나 (이민수 작곡/김이나 작사)

이건 딱 그냥 좋은 날 2탄이다.
아이유의 다양하고 세심한 보컬을 다 눌러버리고 그냥 쭉 불러서
그리 좋게는 들리지 않지만 무대보면 생각이 바뀌겠지... 


Track 5 벽지무늬 (윤종신 , 이근호 작곡/윤종신 작사)

이 노래도 윤종신의 재고에 있었던 트랙일까?
아무생각 없이 한 바퀴 슬쩍 듣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곡이다.
특유의 디테일한 가사와 찌질한 감성은 윤종신 작품임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나 '잔혹동화' 보다 무게를 좀 뺀 발라드로 
참- 듣기 좋다. 아 좋다.


Track 6 삼촌 (Feat. 이적) (이적 작곡/이적 아이유 작사)
 
이 트랙 짱 재미있다! ㅋㅋㅋ
타이틀 곡으로 했어도 괜찮을 것 같은 노래.(좀 심한가?!)
수많은 삼촌 팬들이 오해했을 법 한 이 곡은 진짜 '삼촌'에 관한 이야기로
윤종신 저리가라 할 정도의 디테일한 가사도,
이적의 랩도 나레이션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넘쳐나는 곡이다.


Track 7 사랑니 (G.고릴라 작곡/G.고릴라 아이유 작사)

앞 트랙들 듣다가 삼촌에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이 노랠 들으면 흐뭇하게 미소지을 사람들의 표정이 예상된다.
이런 노랠 부를 때 아이유 특유의 세심한 보컬은 정말 놀랍다.
자세히 듣다보면 아이유는 생각외로 다양한 방법으로 소릴 내는데 
이런 것들은 묻히고 3단고음 따위로 떳을 때 그 속상함이란...
대단한건 이런 디테일이 라이브에서도 살아있단 것이겠지.
상큼하고 소녀스러운 노래다. 이런 것도 좋다. 이 곡을 타이틀로 삼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Track 8 Everything's Alright (김현철 작곡/김현철 아이유 작사)

김현철이 아이유를 위해 만든 노래. 김현철 목소리로 들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법 한 이 노래는
소녀 감성으로 쓰여진 노래로 듣고나면 기분 좋아서 흐뭇해지는..
6,7,8 트랙은 삼촌 팬들을 위한 선물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소녀들의 감성을 잘 담아 냄에도 불구하고 듣고 공감하진 못하고
공격적인 반응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삼촌들이 더 좋아하고 과하게 열광해서겠지-


Track 9 Last Fantasy (김형석 작곡/김이나 작사)

김형석이 아이유의 가창력을 위해 만든 노래.
앨범 제목과 같은 곡이라 좀 더 유심히 들어봤다. 
한 밤 놀이동산의 회전목마에 환한 조명이 다 켜져있는 느낌이다.


Track 10 Teacher (Feat. Ra.D) (Ra.D 작곡/Ra.D 아이유 작사)

Ra.D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살아있는 노래다.
가사도 멜로디와 함께 어우러져 사랑스러움을 


Track 11 길 잃은 강아지 (아이유 작곡/아이유 작사)

아이유가 작사에 작곡까지 한 아이유의 노래
한 인터뷰에서 코린 배일리 래를 좋아하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꼭 음악 공부를 하고싶다던 말이 생각난다.
자기가 정말 하고싶은 음악은 이런 느낌의 곡이었겠지.
초반에 동화를 펼쳐놓고 중반부 부터는 삼촌 팬들을 휘어잡더니 후반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장식하고 있다. 
앨범 구성이 알차다-!


Track 12 4AM (Corinne Bailey Rae 작곡/아이유 작사)

아마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한 곡이 아닐까 싶다.
이 아이에겐 얼마나 영광이었을까.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노래를 주다니.
중독적인 사비가 매력적인 이 곡은 
곡만 좋은게 아니라 곡과 어울리는 아이유의 가사는 작사가로써의 아이유도 다시 보게 된다.


Track 13 라망 (L'amant) (정재형 작곡/정자형 작사)

대미를 장식하는 정재형의 트랙은 재즈!
아이유가 다른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나이에 맞지 않는 이런 감성까지 소화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그냥 흉내내기나 장기자랑 수준이 아닌 자기 감성을 성숙하게 표현하는 아이유 특유의 장점은
마지막 트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느낌은 개성 강한 작곡가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연 것 같다.
다들 즐거워 참여한 듯한 느낌을 받는건
실제로 작업한 모습을 보지 않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듣기에 그렇게 들려서
듣는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한 아티스트의 앨범에 작사 작곡가가 부각된다는 사실이 반갑고 기쁘다.

뻔한 타이틀 곡과 무리한 첫 번째 곡을 제외하고는 한 곡 한 곡 다 마음에 드는구나~!

이젠 출발이라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
한낮의 햇빛이 커튼 없는 창가에
눈부신 어느 늦은 오후
텅 빈 방안에 가득한 추억들을 세어보고 있지 우두커니

전부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너의 기억들을
혹시 조금 남겨두더라도
나를 용서해
날 미워하지마

녹슨 자전거 하나
겨우 몇 개의 상자들
움켜쥔 손에는 어느샌가 따뜻해진 열쇠
그게 다였는데
결국 다 그런 거라고
내 어깨를 두드려줄 너는 어디 있는지

전부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너의 기억들을
혹시 조금 남겨두더라도
나를 용서해
날 미워하지마

전부 가져가고 싶어,
곳곳에 베인 너의 숨결까지
손때 묻은 열쇠 두 개가
닫힌 문 뒤로
떨어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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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멜로디에 슬픈 노래가사
맑은 날 들으면 더 슬플 것 같은 노래.

이런게 노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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