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2013)

In The Mood For Love 
7.8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 장만옥, 소병림, 반적화, 뇌진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프랑스, 홍콩 | 97 분 | 2013-11-28
글쓴이 평점  


포스터 중 어떤 것도 '화양연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이 없어 그나마 고른 것이 이것.

강렬한 색감과 사운드 트랙, 그리고 기묘한 호흡과 구도로 중무장한 이 영화는 스토리만 따지자면 '불륜' 영화다. 

하지만 그 어떤 불륜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영화는 요즘 영화에 판 치는 '살색' 이 없다는 것.

정사 장면은 커녕 키스장면 하나 없는 이 불륜 영화가 주는 아련함은 'Nat King Cole' 의 'Quizas Quizas Quizas' 와 함께 극에 달한다.

원색으로 점철된 색감과 몸에 타이트하게 붙은 장만옥의 의상, 양조위의 눈빛과 담배연기는 정사장면 없이도 충분히 관능적이다.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처럼 '화양연화'에 있어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는 바로 비밀을 나무에 털어 넣고 진흙으로 입구를 막았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모르죠? 옛날에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에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나무로는 그 큰 마음을 다 담을 수 없어서였을까. 떳떳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수년이 지나도 추스르지 못하고 캄보디아 사원의 돌탑에 그 마음을 한참이나 털어놓고선 진흙으로 막아둔다.

십년 전에 보고 다시 보는데, 그땐 보이지 않던 감정선들이 더 잘 보였다.

ost 를 구매하려고 네이버 뮤직을 찾아보니 저작권이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다.

한동안 계속 듣고싶을 것 같은데 이를 어쩌나...


다음주엔 '2046'을 보자. 이것도 십년만에..





아비정전 (2009)

Days Of Being Wild 
7.8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정보
드라마 | 홍콩 | 94 분 | 2009-04-01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액션 영화로 유명했던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이 극장에 걸렸을 때,

관객들의 대부분은 액션영화를 기대하고 갔다가 지독히도 정적인 이 멜로영화에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장국영의 캐릭터와 그가 내뱉은 대사.

유덕화의 묵묵함과 장만옥의 유리같은 인물들이 시종일관 저 녹색의 어둑어둑한 색채 속에서 묘한 구도로 어우러진다.

그리고 마지막 1분의 양조위는 정말, 서른 평생 피지 않았던 담배를 배울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원래 후속작이 예정되어 있어서 양조위가 그렇게 출연한 것인데, 사상 초유의 환불 사태에 영화는 상영관에서 조기에 내려졌다고 한다.

후에 작품성이 알려지고, 양조위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만든 영화가 바로 '화양연화'

그리고 '화양연화'는 다시 '2046'으로 이어진다.


이 시리즈에서는 꼭 하나씩 굵직한 역할을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비정전' 에서는 아비(장국영)가 늘 이야기 하는 '발 없는 새'에 대한 이야기 이다.

"세상에 발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곤 한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수작거는 말로나 치부했지만, 아비는 정말 그렇게 살다가 가버렸다.


다시 볼 땐 왠지 느낌이 다를 것 같은 이 영화, 두어번은 더 볼 듯 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