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젊은 남자의 모습은 이렇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고, 최신 유행에 맞추어 옷도 신발도 사 입고, 헤어스타일도 과감하게 해보고 친구들을 모아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우고...

그러던 젊은 남자는 어느 순간 '아저씨가 된다. 점점 자기가 즐겼던 것들과 멀어지는 때가 온다.

사진이나 음악, 게임 등에 쓰는 시간은 눈에 띠게 줄어들고, 옷도 과하게 지저분해 보이지만 않으면 가지고 있던 옷들로 대충 돌려 입는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청년이 아저씨로 변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때 자신에게 쏟았던 정성은 온전히 그 대상을 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든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을 때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래, 하루키가 말한 '여자 없는 남자들'의 세계에 다녀온 청년은 그래서 아저씨가 된다.

아저씨가 되어간다는 건 사회적 통념처럼 마냥 입에 쓰기만한 것은 아니다. 잃기 전 대상의 소중함을 적확하게 안다는 것은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상을 잃은 후 몰려오는 후회와 비탄을 통해 그 의미를 깨닫는다. 상실 후에 깨닫는 소중함은 대상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서 오는 무력감의 늪으로 사람을 끌어 내리고 미련이라는 끔찍한 이름의 멍에를 씌우기도 한다. 

아저씨가 된 남자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현재를 조금 미뤄둔다. 기꺼이 자신의 살을 떼어주고 상대방을 살찌우며 포만감을 느낀다. 결국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었던 청년이 아저씨가 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가요 중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라는 노래의 가사 중엔 이런 것도 있다. 

'한번쯤은 시련에 울었었던 눈이 고운 사람 품에 안겨서' 

연애를 함으로써 한 사람이 완성된다는 우리 교수님의 지론은 마냥 우스개 소리는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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