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자신과의 싸움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앉아 읽는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꽤나 큰 위안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다 겪어내고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지금 이런 식으로 버티어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고난과 역경에 쩔어 근근히 두 다리를 짚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슬 퍼런 눈을 대상을 향해 똑바로 뜨고 온몸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써두었다. 그러니 같이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냉철함으로 함께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개인사부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까지 다루며 때로는 절절 끓는 슬픔을, 때로는 가슴 깇은 곳으로 부터의 분노를 뱉어낸다. 

 

 얼척이 없어 제목만 읽고 넘어간 기사가 있다. 골자는 의외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허지웅의 책이 리스팅 되어 있다는 것. 이게 관심 끌기용 제목이 아니라면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걸 재고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에세이들은 도입부터 읽는 이의 흥미를 당기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답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들이 많은데, 방송으로만 허지웅을 접했던 나는 사뭇 그 엄청난 내용에 놀랐다. 평소 써두었던 글들을 갈무리 해둔 터라 어떤 표현과 내용들은 조금 겹치기도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읽었던 글들 역시 실려있는 것을 보며 정말 하루의 일정 시간은 무조건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런 점들이 눈에 들어오니 괜시리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엉덩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 꾸준히 자신을 글쓰는 허지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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