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불만이 많은 것을 보고 언제 한 번 읽어야지 싶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겟.


처음에 몇 장을 읽고, 그리고 영화에서 떠올랐던 이미지들 덕분에 그냥 한국판 '롤리타'인 줄로만 알았다.


은교를 묘사하는 글들이 너무 예뻐 필사나 할까 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이 소설 '은교' 라는 작품은 단순히 두 남자의 한 미성년자에 대한 사랑이 주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출퇴근 길에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이적요와 서지우에게 은교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인물들마다 (Q변호사, 이적요, 서지우) 다른 필체로 써내려가는지.


시적 감수성과 감정이 충만한 이적요의 노트, 불안과 무뚝뚝함이 넘쳐나는 서지우의 노트, 객관적 입장에서 난감해하는 Q변호사의 일화.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은교 역시 다 다름이 아주 놀라웠다.


어쩌면 이적요와 서지우의 사랑 (당연히 이성간에 느끼는 국소적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광의의 사랑) 사이에


은교가 불씨를 당겼던게다.


영화 은교의 캐스팅 부터 끝내 절제되지 못한 자극적인 장면 연출들 때문에 원작 소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 많이 묻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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