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적 #공리 주연의 #인생 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진 기억 나진 않지만 삶이 어디까지 지난할 수 있는지 보여준 덕에 한참을 먹먹해 했었다. 

이 영화는 중국 작가 #위화 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허삼관매혈기 역시 위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피를 팔아가며 억척스레 삶을 이어나가는 #허삼관 의 이야기를 눈물과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나는 2,3일만에 한권 읽어내는 일이 드문데 처음 책을 잡은 날 다음 내용이 궁금해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하정우 가 메가폰을 잡고 영화로 만든다고 하는데, 책의 느낌을 온전히 살릴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국, 그리고 그 시대배경에서만 나올 수 있는 느낌이 강하다. 


서른이 되어서야 책이 재미있다는 걸 깨닫다니 너무 아쉽다.




허삼관 매혈기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3-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능청스럽게 껴안는 익살과 해학아내를 위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하루하루 자신과의 싸움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앉아 읽는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꽤나 큰 위안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다 겪어내고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지금 이런 식으로 버티어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고난과 역경에 쩔어 근근히 두 다리를 짚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슬 퍼런 눈을 대상을 향해 똑바로 뜨고 온몸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써두었다. 그러니 같이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냉철함으로 함께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개인사부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까지 다루며 때로는 절절 끓는 슬픔을, 때로는 가슴 깇은 곳으로 부터의 분노를 뱉어낸다. 

 

 얼척이 없어 제목만 읽고 넘어간 기사가 있다. 골자는 의외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허지웅의 책이 리스팅 되어 있다는 것. 이게 관심 끌기용 제목이 아니라면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걸 재고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에세이들은 도입부터 읽는 이의 흥미를 당기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답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들이 많은데, 방송으로만 허지웅을 접했던 나는 사뭇 그 엄청난 내용에 놀랐다. 평소 써두었던 글들을 갈무리 해둔 터라 어떤 표현과 내용들은 조금 겹치기도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읽었던 글들 역시 실려있는 것을 보며 정말 하루의 일정 시간은 무조건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런 점들이 눈에 들어오니 괜시리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엉덩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 꾸준히 자신을 글쓰는 허지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알랭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프랑스 작가인 줄 알았으나, 스위스 출신의 영국 작가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인정되고 있다. 데뷔작은 1993년에 출판한 소설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건축에서부터 사람의 욕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사람의 심리와 결부시켜 설명한다. 특유의 지적인 서술과 위트로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나는 한 편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지식인의 서재에서 처음 만난 알랭 드 보통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 수없이 봤던 이름이지만 알랭 드 보통의 작품들에 처음으로 호기심을 느끼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이버의 컨텐츠인 ‘지식인의 서재 - 알랭 드 보통 편’ 을 보고나서 부터였다. 웬 머리가 벗겨지고 눈이 예쁜 아저씨가 영상에 나타나더니, 그 특유의 영국식 발음과 부드럽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서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쓰는 책은 어떨까 엄청 궁금해졌다. 특히 말할 때의 발음과 목소리도 있지만 선택하는 단어나 문장 구성을 볼 때 정말 하나하나 곱씹어서 이야기 하는데 마치 입에서 나온 글자들이 적혀져 내려갈 것만 같았다.

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은 내가 처음 읽기로 다짐했던 알랭 드 보통의 책이다. 일전에 한 번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특유의 수사가 많은 글에 적응을 하지 못해 읽어내려가지 못했다. 도대체 한 문장이 언제쯤 끝나는거야 싶을 정도로 수식이 많았고, 그 수식들도 문화적 소양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많아 심지어 조금은 짜증까지 났다. 결국 그렇게 4주는 흘러갔고 책을 반납했다.
다시 이 책을 찾게 된 이유는 SNS 상에서 인용된 걸 보고나서였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이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방식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또 상대가 구두를 고르는 취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의 많은 글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그의 글에는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이 있었다. 다른 내용들도 전부 궁금해져 언제고 꼭 찾아 읽어야지 하던 도중 이 책을 선물받게 된다.

다시 찾은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분명 수사가 많아 읽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독서를 조금이나마 습관화시켜서 인지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수사들은 마구잡이로 놓여진 것이 아니었다. 그 속의 위트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적인 충만감을 주었다. 물론 내 식견이 부족한 탓에 저자가 의도한 바의 절반도 이해를 못한 것 같지만.
읽는 내내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인터뷰 영상을 통해 들었던 영국 억양의 부드럽고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글로 적혀져 있음에도 그렇게 들려왔던 것이다.) 여행을 하게 되는 기대감부터 여행을 하면서 들르는 장소, 그리고 돌아와서에 이르기까지 ‘여행의 기술’ 이라기 보다는 여행에 대한 고찰이 더 적확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첫 장, 여행을 하게 되는 기대감을 읽을 때에는 솔직히 예전의 당혹감이 몰려왔다. 그저 여행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하기 십상이지만, 그 기대 자체도 여행의 일부이다 라는 말을 뭐 이렇게까지 풀어 하나 싶었는데, 여러 일화들을 읽어가며 웃음을 짓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역시 여행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존 러스킨’을 인용하여 그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데생’ 다른 하나는 ‘말 그림’ 이다. 두 가지 모두 아름다움을 느낀 대상을 그대로 옮겨 두기 위한 ‘사진’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제시되는데, 그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살려서 담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대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 사진에 대한 생각은 나와 많이 다르지만, 그림에 대한 생각이 요즘 그림을 취미로 삼고 있는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보통 어떤 작가를 알아갈 때 한 권을 읽으면 그의 다른 책들은 안봐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다른 저작들도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알랭 드 보통은 후자다. 제목들만 봐도 그 범위가 엄청난데 이 지성이 뚝뚝 넘쳐 흐르는 영국 억양의 아저씨는 그 많은 주제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어떻게 정리 했을까 궁금하다. 이 책 다음으로는 그의 첫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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