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의 무게감에 짓눌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노래를 듣는 것처럼 책 역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인데 우리네에겐 이상하리만치 익숙하지 않다.

책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만큼의 무게를 가지게 된 연유를 딱 하나 꼬집을 순 없다.

글은 식자들이나 보는 것이라 여기던 근대까지의 풍속 때문일 수도 있고,

수능 문제 풀이에만 급급한 입시 제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연계되어 전 세대에 이어 현세대까지 이어져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대한 서론이 이리 길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책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유형의 책이기 때문이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이 수록되어있는 단편 모음집으로,

한편 한편이 마치 단막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소소하고 개성 있는 얘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특히 일상에서 겪을 수 있을 법한 일들이 묘하게 일상에 어긋난 사건들과 겹쳐져 있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김영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볼 것 같다.

새로운 작가를 알았을 때에는 신간 말고 역시 데뷔작부터.





 하루하루 자신과의 싸움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앉아 읽는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꽤나 큰 위안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다 겪어내고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지금 이런 식으로 버티어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고난과 역경에 쩔어 근근히 두 다리를 짚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슬 퍼런 눈을 대상을 향해 똑바로 뜨고 온몸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써두었다. 그러니 같이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냉철함으로 함께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개인사부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까지 다루며 때로는 절절 끓는 슬픔을, 때로는 가슴 깇은 곳으로 부터의 분노를 뱉어낸다. 

 

 얼척이 없어 제목만 읽고 넘어간 기사가 있다. 골자는 의외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허지웅의 책이 리스팅 되어 있다는 것. 이게 관심 끌기용 제목이 아니라면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걸 재고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에세이들은 도입부터 읽는 이의 흥미를 당기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답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들이 많은데, 방송으로만 허지웅을 접했던 나는 사뭇 그 엄청난 내용에 놀랐다. 평소 써두었던 글들을 갈무리 해둔 터라 어떤 표현과 내용들은 조금 겹치기도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읽었던 글들 역시 실려있는 것을 보며 정말 하루의 일정 시간은 무조건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런 점들이 눈에 들어오니 괜시리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엉덩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 꾸준히 자신을 글쓰는 허지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비긴어게인‬ 드디어 보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헐크와도 로맨스에 빠질 수 있다. 

Lost Stars는 키이라 나이틀리 버전이 갑. 

인터넷에 떠도는 그 장면은 없는 게 만 배쯤 마음에 든다. 결말 최고.


ost도 구매 완료했다.

Lost Stars 키이라 나이틀리 버전 좋다.

가사도 좋은 줄은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네.




비긴 어게인 (2014)

Begin Again 
8.7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임스 코덴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4 분 | 2014-08-13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 단편집인 줄 모르고 샀다. 한 편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장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잘 읽힌다.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는 자극이 덜한 편이었지만 역시나 죽음, 섹스, 음악, 음식, 술, 있어보이는 말들이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다. 

-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한 단편도 재미있었고, '천일야화'를 따온 단편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에서 '여자 없는 남자들'에 대한 정의와 설명은 참 인상 깊었다.

  분명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후에 세계가 묘하게 틀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 그리고 한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 (...) 그 얼룩을 지우는 건 끔직하게 어려운 작업이다. 시간과 함께 색은 다소 바랠지 모르지만 얼룩은 아마 당신이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 어디까지나 얼룩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얼룩의 자격을 지녔고 때로는 얼룩으로서 공적인 발언권까지 지닐 것이다. 당신은 느리게 색이 바래가는 그 얼룩과 함께, 그 다의적인 윤곽과 함께 생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 설령 그후에 다른 새로운 여자와 맺어진다 해도, 그리고 그녀가 아무리 멋진 여자라고 해도 (아니, 멋진 여자일수록 더더욱), 당신은 그 순간부터 이미 그녀들을 잃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 왜냐하면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 여자 없는 남자들에게 세계란 광대하고 통절한 혼합이며, 그건 그대로 고스란히 달의 뒷면이다.

'여자 없는 남자들' 中,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책은 음악 정리하는 맛을 빼먹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단편집 중 '기노' 에서는 오래된 재즈 음악들이 잔뜩 소개되는데,

재즈바를 하다가 소설가가 된 그의 진가는 이런 곳에서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 모음 Beethoven String Quartet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 by Coleman Hawkins



Art Tatum Piano Solo 모음집



Georgia on My Mind by Billy Holiday



Moonglow by Erroll Garner






I Can't Get Started by Buddy DeFranco








화양연화 (2013)

In The Mood For Love 
7.8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 장만옥, 소병림, 반적화, 뇌진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프랑스, 홍콩 | 97 분 | 2013-11-28
글쓴이 평점  


포스터 중 어떤 것도 '화양연화'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 것이 없어 그나마 고른 것이 이것.

강렬한 색감과 사운드 트랙, 그리고 기묘한 호흡과 구도로 중무장한 이 영화는 스토리만 따지자면 '불륜' 영화다. 

하지만 그 어떤 불륜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 영화는 요즘 영화에 판 치는 '살색' 이 없다는 것.

정사 장면은 커녕 키스장면 하나 없는 이 불륜 영화가 주는 아련함은 'Nat King Cole' 의 'Quizas Quizas Quizas' 와 함께 극에 달한다.

원색으로 점철된 색감과 몸에 타이트하게 붙은 장만옥의 의상, 양조위의 눈빛과 담배연기는 정사장면 없이도 충분히 관능적이다.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처럼 '화양연화'에 있어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는 바로 비밀을 나무에 털어 넣고 진흙으로 입구를 막았던 옛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모르죠? 옛날에 뭔가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했는지.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에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곤 진흙으로 봉했다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나무로는 그 큰 마음을 다 담을 수 없어서였을까. 떳떳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수년이 지나도 추스르지 못하고 캄보디아 사원의 돌탑에 그 마음을 한참이나 털어놓고선 진흙으로 막아둔다.

십년 전에 보고 다시 보는데, 그땐 보이지 않던 감정선들이 더 잘 보였다.

ost 를 구매하려고 네이버 뮤직을 찾아보니 저작권이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다.

한동안 계속 듣고싶을 것 같은데 이를 어쩌나...


다음주엔 '2046'을 보자. 이것도 십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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