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자신과의 싸움에 지쳐 집으로 돌아와 앉아 읽는 허지웅의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꽤나 큰 위안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다 겪어내고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지금 이런 식으로 버티어내고 있다고 말해준다. 고난과 역경에 쩔어 근근히 두 다리를 짚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슬 퍼런 눈을 대상을 향해 똑바로 뜨고 온몸으로 마주하는 모습을 써두었다. 그러니 같이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냉철함으로 함께 버텨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개인사부터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까지 다루며 때로는 절절 끓는 슬픔을, 때로는 가슴 깇은 곳으로 부터의 분노를 뱉어낸다. 

 

 얼척이 없어 제목만 읽고 넘어간 기사가 있다. 골자는 의외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허지웅의 책이 리스팅 되어 있다는 것. 이게 관심 끌기용 제목이 아니라면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걸 재고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감'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에세이들은 도입부터 읽는 이의 흥미를 당기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답게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는 도입부들이 많은데, 방송으로만 허지웅을 접했던 나는 사뭇 그 엄청난 내용에 놀랐다. 평소 써두었던 글들을 갈무리 해둔 터라 어떤 표현과 내용들은 조금 겹치기도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읽었던 글들 역시 실려있는 것을 보며 정말 하루의 일정 시간은 무조건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런 점들이 눈에 들어오니 괜시리 나도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엉덩이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 꾸준히 자신을 글쓰는 허지웅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집 앞 골목 담벼락에서 스러져가는 가을의 한 자락을 담아보다.










































아이폰으로 담은 이태원과 경리단길.





녹사평대로의 은행나무. 

조금 더 일찍 왔으면 은행 냄새를 잔뜩 맡았을지도 모르겠다.





경리단길을 걷다가 찰칵





외쿡인 한 분이 밖에서 숯에 불을 올려 가지고 들어가시던데,

간판도 없어서 검색도 못해보겠다.





E92 PUB





나 혼자 신나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벌써 저만치 걸어가 기다리고 있더라.







심야에 들러본 경리단 길은 모두들 어디론가 쏙쏙 들어가버린 모습.

잠든 곳은 잠들어 있고, 모두들 들어가있는 곳은 또 복작복작 하겠지.


​언젠가 지름의 보고인 문방삼우 카페에서 가성비의 탑이라는 파이로트의 78G 라는 만년필에 대해 주워 듣게 된다. 

이 가격대에 금도금 촉을 느껴볼 수 있는 유일한 만년필이라는 이야기에 엄청 혹했는데,

어떤 회원분께서 엄청 자상하시게도 이베이 셀러를 링크 해두셨다...

들어가 보았더니 닙 크기도 마침 내가 찾던 M닙.

쉐퍼의 M 닙은 생각보다 너무 두꺼워서 이거보단 조금 가늘었으면 했는데 

마침 파이로트의 M 닙이니 생각보다 쓸만할 것 같단 생각에 질렀다. 

해외 배송이라 조금 오래 걸리겠거니 했는데, 오늘 연구실에 정신줄 놓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택배가 뙇

 

 

 

 

 






이렇게 생긴 것만 봐도 나 외국물 좀 먹었어요 하는 아이가 눈 앞에 뙇










이렇게 뽁뽁이에 쌓여서 안전하게 배달 옴










구성품은 이렇다.

펜, 카트리지, 펜 안에 있는 컨버터, 만년필 설명서.

어디서 본게 있어서 나름 이렇게 정갈하게 놓고 사진을 찍었다.

정갈하다고 주인님께 칭찬받음.










아 이 금 도금 닙의 영롱함이란.

무려 22k 란다.

닙에 'Super Quality'라고 적혀있다. 얼마나 퀄리티에 자신이 있었으면 저렇게 새겼을까.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컨버터는 CON-20 이라고 한다. 

여태까지 썼던 스크류 달린 컨버터와는 달리 스포이드 처럼 쭙쭙 빨아들이는 방식이라는데 불편하다는 평이 종종 있더라.

근데 문방삼우 카페 회원님의 댓글을 읽어보니 들어가는 잉크 양은 많다고.

급한 마음에 나는 컨버터를 끼웠으니 이 아이는 다음에 사용해 보기로 한다.





 

 

 

 

 

일본 만년필 회사의 세필이 얼마나 세필인지는 이 시필샷을 보면 알 수 있다.

로디아 메모 패드라 더 가늘게 나온 것도 있긴 하지만, 

쉐퍼 M 닙과 파이로트 M닙의 굵기 차이는 이렇게나 어마어마하다.

 

캡은 스크류 방식이다. 처음 써보는데 뭔가 열었다 닫았다 하기 귀찮은 것이 한 번에 많은 양을 쓸 때 (일기라거나 일기 혹은 일기) 주로 쓰게되지 않을까 싶다.

필감은 부들부들한데 아주 조금 사각인다. 이건 써봐야 아는 건데 말로 표현하다 보니 포스팅 수가 늘어날수록 구차해지는 기분이여.

무게는 뭔가 싼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느낌만큼 가볍다.

하지만 만년필은 역시 닙이 80%라고 생각하므로 괜히 다들 가성비 최고라고 말하는게 아니구나 싶다.

 

가격은 $10가 채 안되고 홍콩에서 온 배송비도 국내 배송비랑 비슷하게 $2.5 정도 소요되서 13천원 정도 들었다.

국내에서 중고로 사는게 아니라면 오픈 마켓에 2만7천원에 파는 무뢰배들이 있는데

이베이에 가입하고 구매하기 까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므로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있으면 이베이에서 직구하는게 두 배는 싸다.

 

그럼 또 한동안 아낌없이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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