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엉덩이를 보러가자!

로 농담삼아 영화관을 찾았다.

인간 중독 이라는 제목과 월남전 후 육군훈련소에서 벌어지는 불륜 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연관지어질지 궁금했다.



영상은 감각적이다. 음악도 좋다.

송승헌의 근육은 탄탄했고, 여자 주인공은 묘한 얼굴과 선이 예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조여정의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능청스러웠고, 온주완의 표정은 조커처럼 선과 악을 다 담은 듯 했다.

중간중간 나왔던 류해진과 전은진은 씬 스틸러라 불러도 괜찮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한 사람에게 집착을 할 때, 중독이라고 까지 표현을 하게 될 때 어떤 선택까지 할 수 있는지를 얘기하고 싶었던 듯 하다.

스토리는 예상외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출연 배우들이 뽐내는 매력을 보기엔 그만인 영화였다.

(송승헌은 여전히 우는 연기가 똑같구나...)




인간중독 (2014)

6.3
감독
김대우
출연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온주완, 박혁권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32 분 | 2014-05-14


현빈 등짝을 보자 라는 농담을 하며 영화를 봤지만 사실 정조의 출발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각색했는지 궁금했다.

조선 역사 중 가장 부흥했던 시기는 세종 때와 영/정조 때로 일컫는데, 개인적으로는 개국으로 인해 왕권이 잡혔던 초기보다

노론과 소론의 세를 누르며 왕권을 다시 회복시켰던 영/정조 때의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최고의 언어학자로 불리는 세종대왕은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백성들을 두루 살펴 태평성대를 이룩했고,

영/정조는 도를 넘는 관료의 세력을 문-무에 걸쳐 찍어 누른 강력한 왕으로 부패에 찌들어가던 조선을 다시 세웠다.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는 왕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큰 시련의 연속이었는데, '역린'은 그 과정을 팩트와 픽션을 섞어 담아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살수들의 이야기가 조금 과하게 비중있게 다뤄져서 아쉬웠다.

조금 더 왕의 카리스마에 중점을 담아두었으면 했는데, 너무 여러가지를 담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분명히 캐릭터들은 개성이 강했지만 뭔가 모든 캐릭터들을 다 보여주려다 못 보여준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난 후 정조에 대해서 한참을 찾아보며 역사 공부를 했다.




역린 (2014)

7.4
감독
이재규
출연
현빈, 정재영, 조정석, 조재현, 한지민
정보
시대극 | 한국 | 135 분 |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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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 보통
알랭 드 보통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프랑스 작가인 줄 알았으나, 스위스 출신의 영국 작가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인정되고 있다. 데뷔작은 1993년에 출판한 소설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건축에서부터 사람의 욕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사람의 심리와 결부시켜 설명한다. 특유의 지적인 서술과 위트로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나는 한 편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지식인의 서재에서 처음 만난 알랭 드 보통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 수없이 봤던 이름이지만 알랭 드 보통의 작품들에 처음으로 호기심을 느끼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이버의 컨텐츠인 ‘지식인의 서재 - 알랭 드 보통 편’ 을 보고나서 부터였다. 웬 머리가 벗겨지고 눈이 예쁜 아저씨가 영상에 나타나더니, 그 특유의 영국식 발음과 부드럽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서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사람이 쓰는 책은 어떨까 엄청 궁금해졌다. 특히 말할 때의 발음과 목소리도 있지만 선택하는 단어나 문장 구성을 볼 때 정말 하나하나 곱씹어서 이야기 하는데 마치 입에서 나온 글자들이 적혀져 내려갈 것만 같았다.

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은 내가 처음 읽기로 다짐했던 알랭 드 보통의 책이다. 일전에 한 번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특유의 수사가 많은 글에 적응을 하지 못해 읽어내려가지 못했다. 도대체 한 문장이 언제쯤 끝나는거야 싶을 정도로 수식이 많았고, 그 수식들도 문화적 소양이 없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많아 심지어 조금은 짜증까지 났다. 결국 그렇게 4주는 흘러갔고 책을 반납했다.
다시 이 책을 찾게 된 이유는 SNS 상에서 인용된 걸 보고나서였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이 상대가 빵에 버터를 바르는 방식에 닻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또 상대가 구두를 고르는 취향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기도 한다.

알랭 드 보통의 많은 글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구절이 아닐까 싶다. 그의 글에는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이 있었다. 다른 내용들도 전부 궁금해져 언제고 꼭 찾아 읽어야지 하던 도중 이 책을 선물받게 된다.

다시 찾은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분명 수사가 많아 읽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독서를 조금이나마 습관화시켜서 인지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수사들은 마구잡이로 놓여진 것이 아니었다. 그 속의 위트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적인 충만감을 주었다. 물론 내 식견이 부족한 탓에 저자가 의도한 바의 절반도 이해를 못한 것 같지만.
읽는 내내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인터뷰 영상을 통해 들었던 영국 억양의 부드럽고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글로 적혀져 있음에도 그렇게 들려왔던 것이다.) 여행을 하게 되는 기대감부터 여행을 하면서 들르는 장소, 그리고 돌아와서에 이르기까지 ‘여행의 기술’ 이라기 보다는 여행에 대한 고찰이 더 적확한 제목이 아닌가 싶다.
첫 장, 여행을 하게 되는 기대감을 읽을 때에는 솔직히 예전의 당혹감이 몰려왔다. 그저 여행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하기 십상이지만, 그 기대 자체도 여행의 일부이다 라는 말을 뭐 이렇게까지 풀어 하나 싶었는데, 여러 일화들을 읽어가며 웃음을 짓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역시 여행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존 러스킨’을 인용하여 그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데생’ 다른 하나는 ‘말 그림’ 이다. 두 가지 모두 아름다움을 느낀 대상을 그대로 옮겨 두기 위한 ‘사진’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제시되는데, 그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살려서 담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상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대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 사진에 대한 생각은 나와 많이 다르지만, 그림에 대한 생각이 요즘 그림을 취미로 삼고 있는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보통 어떤 작가를 알아갈 때 한 권을 읽으면 그의 다른 책들은 안봐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다른 저작들도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알랭 드 보통은 후자다. 제목들만 봐도 그 범위가 엄청난데 이 지성이 뚝뚝 넘쳐 흐르는 영국 억양의 아저씨는 그 많은 주제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어떻게 정리 했을까 궁금하다. 이 책 다음으로는 그의 첫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언제고 무심코 집어들었던 책이다.

워낙이 영향력이 큰 철학자라 여기저기서 그의 말들이 인용되는데,

냉철하고 직관적인 격언들이 인상 깊어 어떤 말들을 남겼는지 궁금하던 찰나에 발견한 책이다.

니체에 관한 정보는 다음 링크를 참조.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 서울 철학사상연구소


연구를 하는 학생임에도 열정과 끈기가 부족한 내게 이 책은 매서운 채찍이었다.

여러가지 격언들이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고, 따끔하게 매질을 하기도 했고, 가만히 다독여주기도 했다.

사실 이런 서적은 추천하진 않지만 (심지어 이 책 내용 안에 니체가 한 말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이 책에 발췌되어 있는 저서들이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어져서 나름 효과적(?)으로 모티베이션이 된 듯 하다.

좋은 글귀들이 너무 많아 연필로 줄 치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읽었는데, 시간이 나면 다 옮겨써야지 싶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출간 7일 만에 100만...
가격비교


하루키의 소설은 1Q84를 읽고난 뒤에 한동안 읽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조미료같은 할아버지. 맛나게 잘 쓰는 건 감히 내가 평가할 수준이 아니지만,
뭔가 내게는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이 책은 생일 선물로 받아서는 이제야 펼쳐보았는데, 3일만엔가 시간을 쪼개어 다 읽어내려갔다.
세미나 준비를 해야함에도 하루키의 책을 한참 읽어내려갔다.
다 읽고 난 뒤 마음 속 어딘가가 간질간질 해서 얼마전에 산 하얀 컨버스로 갈아신은 뒤 운동장으로 향했다.
점심도 맥도날드에서 배달시켜 먹은 터라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도 크게 한 몫을 했다.
기온은 따뜻하지만 하늘이 적당히 흐려서 볕이 강하지도 않았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다. 완연한 봄이었다. 짧은 산책이니만큼 한걸음 한걸음 꼭꼭 씹어가며 걸었다.
운동장에서 전력을 다해 축구를 하는 학생들을 보며 걷다가 문득 학교는 그래도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분의 일쯤 걸었을 때 문득 이틀 전 전자도서로 대출한 드로잉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잠깐 훑어보느라 몇 페이지 읽었는데,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의 자세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요지는 그림을 그릴 때 부정적인 피드백을 스스로에게 보내며 그릴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피드백을 보내며 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단 드로잉 뿐만이 아니라 연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하는 주제나 상황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는다면 그 대학원 생활은 지옥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떻게든 박사는 딸 수 있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어떻게 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박사과정은 비단 연구나 프로젝트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런 과정을 겪어보는 것 자체도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잘 이겨내보자 했다.
운동장을 다 돌아갈 때 즈음,
책을 읽고 간질간질했던 마음이 무엇인지 알았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괜찮다 괜찮다 하고 잔잔하게 나를 위로해 주었다. ‘순례의 해’라는 좋은 음악과 함께.



  • 하루키가 여자를 묘사할 때는 특유의 집요함과 디테일함이 더 잘 드러난다. 첫인상과 옷차림, 목소리, 복장, 악세사리를 토대로 그 인물의 성격 및 성장과정은 물론이고 (결정적으로) 잠자리에서 어떤 모습일지 까지 풀어 상상하는 장면을 볼 때면 내가 남자라 다행이다 싶다. (어차피 하루키 할아버지를 대면할 일은 없겠지만)
  • 이름이 가진 무게에 대해 언급이 된 부분이 있다. 애초에 제목부터도 이름에 색깔과 관련된 한문이 들어가지 않아서 ‘색채가 없는’으로 시작하니 말 다했지만. 나 역시 언제고 나는 내 이름대로 살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본 적이 있다. 대답은 주로 ‘열심히 하자’로 그쳤다. 이름에 의해서 그 사람의 그릇이 결정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름의 무게가 삶의 무게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삶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있을 때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내 이름대로 살고 있는가, 이름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 볼 수 있는가.
  • 소위 말하는 ‘좋은 책’이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끔 하는 책이라고들 한다. 하루키의 책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힘이 분명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딱 ‘생각’이라는 걸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까지만 하게끔 한다. 그래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영화 ‘설국열차’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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