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친구 부모님 댁을 방문하기 위해 난생 처음 몰아보는 차를 타고 한시간 이십분 여를 달렸다. 요즘들어 부쩍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는 터라 운전을 연습할 시간도 차도 없겠다 싶어 무리 아닌 무리를 것이다. 운전 연수를 자처하신 아버지께서 옆에 타고 계셔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새삼 운전은 숙련의 문제라는 깨닫기도 했고, 나름 재미도 붙여 구체적으로 차를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차가 없으면 불편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여자친구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는 기차를 탔다. 자리를 찾아 앉아서 가고 있는데 좌석에 입석 표를 끊은 듯한 연인이 서성였다. 창측에는 이미 명이 앉아있었고 다른 객실은 이미 만석이라 빈자리가 하나뿐이었다. 한명은 서서 밖에 없었고 남자는 여자를 앉혔다. 자리에 잠깐 앉아있던 여자는 혼자만 앉은 것이 미안했는지 남자를 계속 바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앉은 10분도 되지 않아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이칸에 앉아서 가자. 아파서 이렇게 못가겠어!"  

남자는 거듭 괜찮다고 말리다가 단호한 여자의 태도에 머쓱해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복도를 걸어가는 둘의 표정은 티끌한 없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이고 불편할텐데. 그래도 둘이 함께 있으니 좋은가보네' 하고 생각하다 문득 괜히 이제 차를 찾기 시작하는, 차가 없이는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나이 먹은건가 싶었다. 하지만 지난 강릉 여행을 떠올려보며 '우리도 역시' 하며 웃었다.

 

어떠한 것도 끼어들 여지가 없는 연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구나. 우리의 모습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부모님과의 만남이 끝나고 기차역으로 걸어들어오는 길에 느껴졌던 여자친구의 시선을 떠올려본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그러하다. 기분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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