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을 줄이야.
20년간의 그들의 지리멸렬하고 지긋지긋한 관계를 같이 느끼는 기분이었다.
결말로 갈수록 더 안타까웠던 이유는 왠지 이 관계를 같이 느꼈기 때문이 겠지.
25p
그녀는 예뻣다. 하지만 '난 예쁜게 성가셔'라는 표정도 거기 있었다. 연한 적포도주색 머리는 일부러 마구 자른 듯 했다.
70p
넌 말야, 이룬게 하나도 없다고 낙심하고 좌절하는 걸 즐기는 거 같애. 왜냐하면 그게 쉬우니까, 안 그래? 실패와 불행이 훨ㅆ니 쉽지. 농담 삼아 얘기해 버릴 수 있으니까.
179p
나이 스물 일곱, 그녀는 학생처럼 살기에는 너무 늙어 버린 것이다.
465p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엠마 몰리를 웃음 짓게 하는 일보다 더 긱분 좋은 일은 없구나.
"약속해? 다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네가 안 그러면 나도 안 그럴 거야."
545p
그가 좀 외로웠던 거라는 엠마의 말이 옳을 수도 있었다. 샤워가 끝난 뒤 배수로로 울컥울컥 물이 내려가고 있을 때, 다시 그 말이 떠올랐다. 그 처참하고 낯 ㄸ드거운 단어, 외로움. 더 나쁜 건 이제 자신이 그 외로움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였다.
559p
하지만 엠마가 늘 곁에 있었다. 꾸준히 그를 격려하며, 지금 잘하고 있는거라며 그를 안심 시키는 엠마가.
596p
둘은 길거리의 시티커 사진 부스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기어이 그 좁은 박스 안으로 두 몸을 밀어 넣었던 건, 언제든 언제까지나 둘이 같이 있는 게 서로에게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다.
649p
요즘 들어 슬픔은 언 강을 걷는 것과 같았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안전하다고 여겼지만, 그래도 언제나 밑으로 쑥 꺼지고 말 위험이 도사렸다. 지금 그의 발 밑에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