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추리 소설은 거의 처음 읽다시피 했다.
온갖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했고, 100페이지 이후부터는 책에서 손을 떼기가 힘들었다.
오락으로써의 책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164p
범인의 냄새를 처음으로 맡을 때 늘 느끼는 전율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위대한 강박증이 뒤따른다. 그것은 모든 것이 공존하는 상태다. 사랑인 동시에 취기이며, 맹목적인 동시에 명료하고, 의미심장한 동시에 미친 짓이다.
201p
사실 엘리는 실제로 수다를 떠는 것보다 수다에 대한 생각이 더 좋았다. 대화는 늘 어딘가에서 멈취야 하기 때문이다.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205p
멋진 섹스를 한 사람과도 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카트리네의 말이 옳다. 늘 다시 돌아가게 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는 것 또한 해리는 알고 있었다. 라켈에게 이것은 꼭 거쳐야 할 마지막 방문이자, 두 사람 모두가 일생일대의 사랑이라 불렀던 것에 대한 작별 인사였다. 이걸 거쳐야만 라켈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덜 열정적인 사랑의 시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오래가는 사랑이다.
264p
"권투선서들처럼 맞는 대로 휘청거려야지. 저항하지 마. 일의 어떤 부분이 조금이라도 신경을 건드린다면, 건드리게 내버려둬. 어차피 막아낸다 해도 오래가지 못하니까.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인 다음 댐처럼 풀어놔. 벽에 금이 갈 때까지 담아두지 말라는 말이야."
471p
"심리학에서는 몇 개의 우리를 만들어두었는데, 가축들은 그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하지. 뻔뻔하고 배은망덕하며 멍청한 생명체들이야."
613p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들 하지만, 인간이 모두 다르니 그 말은 무의미해. 흑사병이 돌 때 배에서 기침하는 선원은 즉각 바다로 던져졌지. 당연한 일이야. 정의란 건 철학에서든 재판에서든 무딘 칼과 같으니까. 우리가 가진 건 운 좋은 혹은 운이 나쁜 의학적 소견뿐이라네.
615p
에우네의 말이 옳다. 모든 아이들이 완벽한 기적이라면, 삶은 근본적으로 퇴보해가는 과정이다.